작심삼일로 아침에 버피 100개를 실행에 옮겼다. 생각만 했을 때는 꽤나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20번을 연속으로 하기에도 많이 벅찼다. 그래도 3일만 버티자는 심정으로 했는데 마지막날 문득 느낀 바가 있었다.
온 힘을 다해 땡기는 허벅지를 부여잡고 일어났을 때 갑자기 인생의 진리를 깨우쳐 버린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는 일어나려면 앉아야 한다.
불을 키기 위해서는 그 전에 불을 끄는 단계가 필요하고, 다른 색을 칠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원래 있던 색을 지워야 한다. 자동차는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도 빨간불에 멈춰야 그 다음의 초록불에 달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앉아야 한다. 고진감래, 말 그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파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되자 문득 살면서 아프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오더라도 너무 크게 의미 부여하거나 자기연민에 빠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담담히 힘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아픈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지금이 앉고 일어서는 단계라면 언젠간 다 일어서서 편히 '휴우'하고 있겠지 하고 말이다.
담담함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체념과는 비슷한 듯 다르다. 담담함은 현실을 받아들이지만 그 배경에는 미래에 대한 잔잔한 기대가 숨겨져 있다. 너무 들뜨거나 아무런 희망조차 없는 마음이 아닌 딱 그 중간의 단계.
현재 나에게 부족한 점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선택한 결과라 할지라도 약간의 아쉬움이 생기면 그 선택을 무마하거나 모든 자원을 낭비하면서까지 모든 것을 가지려 한다.
그래서 요즘의 고민은 크게 두가지이다. 어떻게 하면 담담하고 잔잔하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이룰 수 없음을 깨닫고 욕구를 참으며 절제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온갖 방법을 써봤지만 오래 가는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올해의 소원이 있다면 하루빨리 그 방법을 찾아 온전히 현재의 나를 받아들이고 미래의 나에 잔잔한 기대를 하며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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