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영화15 영화 '부기 나이트' (폴 토마스 앤더슨) 리뷰 - 영화는 보고 듣는 예술작품이다 '부기 나이트'는 '펀치 드렁크 러브' 다음으로 본 폴 토마스 앤더스의 두번째 작품이다. 영화를 볼 때면 영상미나 음악에 집중하기보다는 거의 대부분 내용과 숨겨진 가치를 찾으면서 소설을 읽듯 줄거리를 분석해왔다. 하지만 폴 토마스 앤더슨의 작품은 단 두 개의 영화만 봤을지라도 영화가 소설과 어떻게 다르고 왜 달라야하는지 바로 이해될 정도로 감각적이어서 꽤나 충격이었다. '부기나이트'에서는 특히 롱테이크와 인물을 따라가면서 흔들리는 카메라 기법이 눈에 띈다. 카메라는 파티에서 잭과 애디를 따라가다 시선을 돌려 애디와 리드를 보여주다가도 다시금 벅을 중심으로 놓았다가 어느새 빌, 앰버, 스카시에게로 초점을 바꾼다. 현실의 시간과 똑같이 흘러가는 영화 속 장면과 함께 화면의 흔들림은 실제로 걷는 느낌을 주면서.. 2022. 12. 24.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 (폴 토마스 앤더슨) 리뷰 - 퍼지는 사랑의 불빛 속 아득해지는 정신 폴 토마스 앤더슨이 '펀치 드렁크 러브'에서 명도와 채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모습을 보면 빛의 마법사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배리의 심정과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의 변화에 맞춰 어둠과 빛, 파란색과 빨간색의 조합이 조심스럽고 세밀하게 변화한다. 영화는 레나를 만나기 이전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이는 배리를 그늘진 구석과 회색빛 칙칙함 속에 배치해 놓는다. 배리의 아슬아슬한 감정은 자신을 좀 내보내달라고 소리치며 애원하지만 그는 자신의 기분을 상관하지도 않는 누나와 여동생 앞에서조차 화를 내지 못하는 성격이다. 배리가 'I don't know'를 내뱉을 때마다 스스로를 감추고 자기자신의 감정마저 외면하려는 외로운 모습에 안쓰러워지기까지 한다. 감정을 억누르다 생긴 화병은 애꿎은 창문을 깨거나 화장실을 부.. 2022. 12. 15. 영화 '신경 쇠약 직전의 여자' (페드로 알모도바르) 리뷰 - 키치 예술을 갖고노는 영화, 다채로운 색감과 아침드라마 뺨치는 캐릭터들 애초에 키치는 신흥 중산층이 과시의 욕구를 갖고 고급예술의 모조품 혹은 과장과 화려함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에 관심을 가진 것에서 시작했다. 어린아이가 화장을 한 어른을 동경하여 과한 화장을 한 모습과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과한 화장, 과한 악세사리일수록 '나 이런 고상한 행사는 처음이에요'하고 드러나는 것처럼 껍데기 속 본모습의 허상과 가벼움이 탄로난다. 밀란 쿤데라는 존재와 삶의 가벼움을 말하며, 현실의 이면을 부정하고 이상과 절대적 이미지만을 신봉하는 태도로서의 키치를 비판했다. 다만 현대에서는 의도적으로 키치를 활용하여 대중문화의 편에서 고급예술의 허상을 재치있게 풍자하고 그 이면의 가벼움을 성공적으로 드러낸다. 이처럼 키치는 기존 주류문화의 정형화된 미적가치에서 벗어나 가볍지만 과감하며 반항적이.. 2022. 12. 9.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 (데이비드 린치) 리뷰 - 현실과 꿈의 모호한 경계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현실과 꿈의 경계를 완전히 파괴한다. 처음에는 리타가 어떤 사건에 휘말렸는지에 집중하며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야기 속 독립된 에피소드들은 전혀 관계 없거나, 배경이 단지 같은 식당이라는 등의 아주 사소한 요소로 연결될 뿐 사건의 실마리를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후에는 리타를 둘러싼 사건의 전후를 파악하고자 했던 목적을 까먹고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각 에피소드가 가진 몰입감은 목적을 상실했다는 사실 자체마저 잊게 만든다. 인과관계와 논리적인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인물들과 사건의 나열 속에서도 길을 잃은 것 같지 않은 느낌은 꿈을 꿀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잠에서 깬 후 생각했을 때는 터무니없는 사건들이 정작 꿈에서는 아무렇지.. 2022. 11. 29.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