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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하다 무릎에 닿은 풀은 물기에 젖어있다. 손가락 하나하나 사이마다 만져지는 질퍽한 흙을 씻어낼 수가 없다. 일어나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회색빛 하늘은 나를 짓누르고, 일어나고 싶어도 진흙탕에 얼룩진 다리를 보고 싶지 않아 멍하니 넘어져있다. 허허벌판 위 매서운 비에 한풀 꺾인 풀들도 처음엔 완강하게 버텼으리라. 끝까지 이겨내고 싶다는 강인함과 생명력으로 밝게 빛났음이라. 허나 기나긴 싸움에 내면에서 유혹이 시작된다. '한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돼, 넘어지는 게 아니라 쉬어가는 거야. 다시 일어날 수 있어' 그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다. 스스로를 항한 믿음이 아니라 굴복이었음을 알아야 했다. 천사로 둔갑한 악마의 손짓이었음을 알아야 했다. 그 끝에는 절벽밖에 없음을 알아야 했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을.. 2022. 1. 24.
"아, 왜 저를 시험에 들게 하십니까?"의 진정한 의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천사들은 인간의 의식을 고양시켜 올바른 길로 향하도록 하려는 목표를 가진다. 이에 따르면 천사들은 우리가 올바른 길로 향하도록 모든 것을 계획해야 맞는 것이고 이 세상에는 올바른 선택만이 있어야 하며 폭력, 기아, 차별은 사라지고 평화롭고 조용한 세상이 만들어졌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에서 천사들은 그들의 목표와 모순되게 우리가 원하는 소원, 그 소원이 우리를 파멸의 길로 이끌지라도, 또는 그 소원이 비도덕적인 것일지라도 소원이 이뤄지는 환경을 조성해 줄 의무를 가진다. 이 모순을 골똘히 생각해보면 인간의 자유의지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천사들의 목적은 인간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선택은 천사들이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고.. 2022. 1. 24.
기술에 의해 내가 정의되는 현실 우리는 여러 매체와 인터넷 속에서 추천영상과 추천검색어 등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다양한 기능을 쉽게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유튜브는 개인의 관심사를 파악하여 맞춤영상을 전달하고, 네이버는 사용자의 성별, 연령,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맞춤검색어 기능을 제공하며, 멜론 앱은 개인에게 맞춤 노래를 추천한다. 이처럼 우리를 파악해주는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인간의 생활은 더욱 편해졌지만 ‘편함’을 얻음과 동시에 ‘진짜 나’는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현실에서 우리 대부분은 ‘나는 무엇에 관심이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기도 전에 고도화된 기술이 정의한 나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정의가 나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클릭 몇 번을 갖고 분석된 우리의 정보는.. 2022.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