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K를 생각한다 - 임명묵」
1장 '90년대생론' 확장해서 생각하기
책의 저자는 90년대생의 특징 중 하나로 경쟁구도, 계층화, 상층욕구에서 비롯된 심리적 압박과 분노, ‘탈가치’를 제시한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사회 속에서 가치를 추구하는 일은 사치가 되었고 책임질 일을 굳이 만들려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탈가치’와 함께 ‘당신의 가치를 나에게 강요하지 마라’는 ‘나에게 간섭하지 마’하는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이들이 사회를 향해 표출하는 분노와 좌절은 콘텐츠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녹아 들며 현실의 감정이 온라인에 투영되기 시작했다.
- 취미의 시작 : 체념 -
90년대생은 사회의 계층화 및 세습화와 계급의 상향 이동에 있어 노력의 한계를 경험하며 처음에는 분노와 불안을 느꼈다. 지친 감정을 가족과 친구를 통해 위로받기도 하고 ‘금수저’와 같은 웹툰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표출하며 90년생은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했다. 그렇지만 대개의 스토리가 그렇듯, 감정도 기승전결의 흐름을 따르게 된다. 분노가 과격해지면 절정을 찍다가 이제는 분노조차 내기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 사회를 향해 분노하는 것조차 지칠 때 90년대생이 할 수 있는 선택 중 하나는 체념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외부와의 연결을 통해 분노를 표출하는 대신 개인의 영역을 확창하고 외부와의 연결은 서서히 단절시켜 나가는 것이다. 몇 년 전, 그리고 어쩌면 지금까지도 90년대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문화적 흐름에는 소확행, 나만의 취미 찾기, 워라벨, 간섭금지가 있다. 누군가 자신에게 간섭하거나 훈수를 두는 것을 극도로 꺼리며 나만의 영역을 점점 확보해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직장생활에서의 업무가 끝난 후 회식보다는 자신만의 자유시간을 누리며 소소한 행복을 찾아 나선다. 독서, 영화보기, 운동, 피아노 연주 등 일반적인 취미활동에서 나아가 테니스, 펜싱, 색소폰, 스쿠버다이빙 등 취미의 영역 또한 확장되었다.
- 취미의 끝 : 존재의 가치 -
90년생들 사이에서 취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그 취미마저 호기심을 자아내는 독특한 취미를 즐기려는 욕구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마저 지쳐 하나씩 축소하거나 포기해가는 상황에서도 놓지 못한 희망을 의미하는 것 같다.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삶을 형성해가는 것은 타인과 자신의 정체성을 구분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나만이 갖는 고유의 정체성을 느낄 때 비로소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 한국 사회에서 90년대생 대부분은 학창시절부터 취업, 그리고 그 이후까지 나이대에 맞게 부여되는 의무를 항상 가지며 살아왔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명문대를 목표로, 대학교 때는 대기업을 목표로, 그 이후에는 안정적인 결혼생활과 직장생활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무언의 압박을 받아왔다. 어느새 90년생들은 자신 바로 옆의 90년대생과 같은 길을 가고 있음을 느꼈고 교체된다 할지라도 아무도 그 차이를 인지하지 못할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90년대생은 스스로가 내 옆의 바로 이 90년대생과 다름을 증명하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만이 즐기고 자신을 정의하는 독특한 취미는 90년대생이 스스로 가치있는 존재임을 드러내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지 않을까? 즉, 탈가치 속에서도 놓지 못한 ‘존재의 가치’를 추구하며 획일화되지 않기 위해 치는 마지막 몸부림일 수 있는 것이다. 타인과 구별되는 존재로서 사회에서 사라지면 누군가 자신을 찾아 주지 않을까 하는 심리적 바람이 그들의 취미활동에 내재되어 있다면 90년대생의 웃음이 마냥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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