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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산문, 칼럼 등등)

- 희망의 원천: 무, 존재하지 않음 - (1)

by 문득이의 바람 2022. 2. 17.

이제는 다를 것입니다. 내일의 해가 뜨면 우리는 새 시대를 맞이할 겁니다."

처음엔 모두가 열광했다. 깜깜한 하늘, 별이 보이지 않음은 그들의 눈이 더욱 밝게 빛났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가 울컥거리는 마음으로 희망을 노래했다.

그들은 저문 해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듯 함성은 지르며 내일을 깨웠다.

하지만 그 함성은 잠든 태양에게 소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고요한 평화에 균열을 가했다. 의도는 상관없다.

"너희들은 희망에 속아 허망을 보지 못했나 보구나, 다시는 함부로 희망을 언급하지 못할 것이다. 영원한 좌절의 굴레에 빠져 매일을 발버둥쳐보거라"

허망이라, 우리가 본 것은 분명히 희망이었다. 우리가 외친 것은 새로운 내일이었다. 그래, 희망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저 앞의 태양은 어제의 태양이니 속지 말자.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내일이 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 그렇게 몇 십년이 지났다.

이제 사람들의 눈에는 빛이 없다. 하늘의 별빛마저 앗아갈 정도로 암흑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다.

바뀔 거라는 바람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바람은 착각이 되었다.

처음엔 온몸을 다해 부정했으나 매듭은 건들면 건들수록 엉켰다. 그것이 매듭의 본질임을 잊고 있었다.

일년전의 함성대신 사람들은 실소를 터뜨린다.

어제든 오늘이든 같은 해가 뜬다. 새로운 내일은 없다. 지금이 지나면 쳇바퀴처럼 다시 하루가 반복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다시 반복한다.

바뀐 건 없음에도 내일에 의미를 부여한 건 그들이니 누구를 탓하리라.

매듭은 묶은 자만이 풀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구원해줄 자는 누구인가.

매듭의 첫 묶음, 허망은 구원의 손길이 될 수 있는가.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그 손으로 다시 별빛을 돌려줄 수 있는가.

그렇게 긴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눈에서 빛이 나는 아이가 태어났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천천히 잊혀지고 있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밤하늘의 별, 그 별을 가진 아이가 태어났다.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낌과 동시에 두근거렸다. 희망을 버려야 한다는 소리 위로 선조들의 울컥거리는 함성이 들렸다.

그 아이는 구원의 손길이 될 수 있을까. 허망을 안아 몇 번이고 곪아 터진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을까. 희망을 대체할 새로운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사람들은 그 아이에게 '원'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모든 것의 근원, 처음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무로 만들어줄 존재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