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라 멀비의 [Visual pleasure &Narrative cinema] 를 참고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관련 이론에 대해 정리한 글이 있어 아랫부분에 주소도 공유하니 참고하세요!
현기증은 멀비의 이론대로 스카치라는 남성배우의 시선이 카메라에 반영되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스카치가 매들린을 미행하며 감시자의 역할을 하고 쥬디를 매들린의 외적 모습과 비슷하게 바꾸려는 시도는 남녀 간의 지배-피지배 관계를 드러낸다. 관객은 여성일지라도 현기증에서 남성이 주도적인 권력을 갖는 반면 여성은 대상화되는 프레임을 수용한다. 멀비는 스카치가 경찰관으로서 획득한 법적인 정당성과 매들린의 불안정한 정신상태, 쥬디의 순종적 성향이 관음주의를 정당화한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여성인 관객마저 자신의 성별이 수동적이고 볼거리로 그려진다는 점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에는 또다른 요소가 현기증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카치는 표면적으로 고소공포증이 생기기 이전 유능한 경찰관으로 회귀하여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갖는다. 매들린을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진 점 또한 스카치의 미행을 도덕적 테두리에서 은폐시키는 장치가 된다. 하지만 매들린이 자신이 물에 빠진 걸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침착한 모습을 보일 때 스카치가 의문을 갖지 않는 점은 스카치의 심연에 보다 본질적인 감정이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스카치는 과거 동료의 죽음에 큰 죄책감을 갖고 있다. 멀비의 표현을 빌리자면 관객은 나르시즈적 동질화를 통해 스카치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가 죄책감에서 하루빨리 해방되기를 응원한다.
죄책감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간이 공통적으로 갖는 약점이자 회피하고 싶은 감정이다. 관객은 스카치의 시선을 따라가며 사건의 실마리를 해결할 때마다 느끼는 유능함, 매들린을 향한 사랑, 무엇보다 그가 느끼는 불안감과 죄책감, 해방의지를 수용하게 된다. 스카치는 매들린을 정신병 혹은 유령이라는 불가사의한 존재로부터 구원하고 싶어한다. 그녀를 구원함으로써 과거 동료의 죽음에 갖는 자책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다. 물에 빠진 매들린을 구조한 후 그녀를 죄책감 해방의 도구로 삼으려는 동기는 심화되나, 이는 사랑의 이름 뒤로 은폐된다. 쥬디 또한 마찬가지로 스카치의 깊은 심연에서는 앞선 실패에서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할 뿐이다.
관객은 스카치와 힘께 과거의 후회, 죄책감이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공유한다. 현기증이 남성 중심적인 시선을 투영하고 성별에 특정 지위를 부여함에도 관객이(여성일지라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극 후반부에 스카치가 광적으로 집착의 모습을 띠며 쥬디를 개조하려 하는 부분에서 여성관객은 그 권력구도에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이 존재한다. 여성이 갖는 고유의 성정체성이 남성의 강압적 태도와 여성의 순종적 상태에 비판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스카치는 매들린과 쥬디를 살리려는 두 번의 시도 모두 실패한다. 두 여성 모두 그의 눈 앞에서 죽음으로써 과거의 죄책감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현기증에는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지배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죄책감, 후회, 자책은 과거에 사로잡힌 상태를 의미한다. 이미 지나간 과거라는 점에서 죽은 것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감정들은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까지 영향을 주며 개인의 삶을 지배해 버린다. 현기증은 과거로 돌아가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죄책감 혹은 후회가 광적인 집착이 되어 파멸을 가져올 수 있음을 암시한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현실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에 따른 고통은 아프지만 담담히 받아들여 한다. 이처럼 현기증은 우리 모두가 과거와의 이별, 즉 과거로부의 해방을 통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함을 전달한다.
http://www.hyanglin.org/bbs/part04_02/339015
향린 광 -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영화, 로라 멀비(Laura Mulvey), 서인숙 옮김
정기일정 홀수월 첫째 일요일ll각부, 위원회 짝수월 첫째 일요일ll정기제직회 매월 첫번째 수요일ll수요기도회 매월 두번째 일요일ll신도회 월례회 매월 두번째 일요일ll당회 매월 네번째 일요일
www.hyanglin.org
http://cowgirlblues.egloos.com/m/575564
로라 멀비의 「Visual Pleasure & Narrative Cinema」(1975)
로라 멀비의 유명한 논문, 「Visual Pleasure & Narrative Cinema」을 이제야 읽어 보았다. 개인적으로 영화나 문학 작품을 오직 프로이트나 라캉식 이론에 근거해서 분석하는 입장을 좋아하지 않는데(*이
cowgirlblues.egloos.com
'문득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로마' (페데리코 펠리니) 리뷰 - 겹겹이 쌓인 시간, 그 속의 로마 (0) | 2022.10.10 |
---|---|
영화 '상하이에서 온 여인' (오슨 웰스) 리뷰 - 우리 모두 악에서 자유롭다 할 수 있는가 (0) | 2022.09.28 |
영화 '주정뱅이 천사' (구로사와 아키라) 리뷰 - 악에 대항한 승리 (2) | 2022.09.21 |
영화 '라임라이트' (찰리 채플린) 리뷰 - 삶이 목적 그 자체가 될 때 (0) | 2022.09.06 |
느낌의 형성 (0) | 2022.01.30 |